블랙핑크가 데뷔한 지 4년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 10월 2일 The Album을 발매했습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신곡 "러브식 걸 lovesick girl"의 뮤직비디오 중 일부 장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멤버 제니가 간호사 복장을 하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두고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일 입장문을 냈습니다. "헤어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현재 간호사의 복장과는 심각하게 동떨어졌으나 코스튬이라는 변명 아래 기존의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속사 YG 측은 "각 장면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이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을 반영한 것으로 독립적 예술 장르로 평가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논란이 정치권까지 번지자 YG에서는 2차 입장문을 내고 해당 부분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네티즌은 마마무의 음오아예 뮤직비디오와 비교를 하며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 뮤직비디오의 간호사 복장만 지적하는 것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 나온 간호사의 유니폼은 몸에 타이트하게 붙어 있고 간호사 모자도 실제 간호사 캡과 달리, 메이드(일본 만화에 나오는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의 머리띠와 비슷하게 변형된 모양이며 굽이 뾰족하고 높은 빨간색 구두를 신고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일반 진료가 아닌 정신과 상담 진료의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정신과 상담에서는 간호사가 내담자를 상담할 수 없습니다. 간호사가 내담자를 진료하는 장면은 "의사가 나를 도와줄 수 없다"는 가사 때문에 설정한 것일까요?
마마무의 음아오예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간호사도 머리에 간호사 캡을 쓰고 있습니다. 간호사 캡이 크게 과장되어 보이긴 하지만 옛날 드라마에서 볼 수 있던 간호사의 캡 모양과 비슷합니다. 간호사 가운은 몸매를 크게 강조하지 않고, 하의는 짧은 반바지를 입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 나온 간호사보다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멋진 인테리어를 한 상담실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모습이 짧게 나옵니다. 간호사와 환자의 역할을 모두 제니가 맡았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영상미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마마무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병원 응급실로 보이는 곳에서 침상에 누워 있는 환자에게 강제로 뽀뽀를 하려는 간호사의 모습이 코믹하게 연출되고 있습니다. 상대 환자는 알고보니 "여자"였구요. 스토리상 여자 주인공이 성에 대해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간호사"는 성적 대상화라는 표적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노조가 블랙핑크의 뮤비를 상대로 불편한 감정을 토로한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직업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거나, 소비적인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특정 대상을 지나치게 왜곡, 과장,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표현의 자유이든 예술적 가치이든 그런 명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여성운동의 노력을 무조건 폄하하고 훼손하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남성 입장에서 공감되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불편함을 여성이 느끼고 불만을 표현하면 여성이 잘못하는 걸까요. 나는 장난이지만 당하는 사람이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폭력인 거지요. "남자가 웃통을 벗고 나오는 장면에 여성단체는 왜 가만 있냐"는 댓글에 달린 찬성 답글과 좋아요 숫자를 보면 답답해집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성적대상화 지적에 100% 공감은 못할지라도 모든 남성들이 저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닙니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성적인 태도로 상대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곧 그런 사회가 되겠지요.